음악 교과서에서 보던 모차르트와 바흐, 그리고 중세 유럽의 귀족들을 떠올려보세요.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하얗고 거대한 '가발(Periwig)'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 커다란 바로크 양식의 가발 |
단순히 멋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아닙니다. 당시 가발은 지금의 '강남 아파트'나 '슈퍼카'와 같은 확실한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300년 전 유럽 귀족들이 가발 때문에 겪었던 고통이,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허영심이 만든 역사 속 웃지 못할 비극과 현대판 가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1. "클수록 위대하다" 빅 윅(Big Wig)의 탄생
17세기,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탈모를 감추기 위해 쓰기 시작한 가발은 곧 전 유럽 상류층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가발의 크기가 기형적으로 커졌다는 점입니다.
당시에는 "가발의 높이 = 지위의 높이"라는 공식이 성립했습니다. 돈이 많을수록 더 풍성하고, 더 높고, 더 하얀 가발을 썼습니다. 영어에서 중요한 인물을 뜻하는 단어 '빅 윅(Bigwig)'이 바로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말 그대로 '큰 가발을 쓴 사람'이 권력자였던 것입니다.
2. 허세의 대가: 목 디스크와 악취
남들에게 과시하려는 욕망은 육체의 고통을 수반했습니다. 당시 최상류층의 가발은 무게가 수 킬로그램에 달했고, 높이는 1미터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목 디스크와 두통: 귀족들은 그 무거운 가발을 하루 종일 이고 지내느라 만성적인 목 통증과 거북목, 심한 경우 목 디스크에 시달렸습니다. 고개를 마음대로 돌릴 수도 없었죠.
비위생: 가발은 밀가루와 기름으로 관리했기에 쥐나 벼룩이 살기에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머리에서 냄새가 진동하고 벌레가 기어 다녀도, 그들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 끔찍한 가발을 벗지 않았습니다.
3. 21세기 대한민국, 우리는 무엇을 이고 사는가?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거추장스러운 가발은 박물관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과시의 심리'**는 모양만 바뀐 채 대한민국에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아파트라는 가발: 우리는 편안한 삶보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주소지'를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습니다. 매달 월급의 절반 이상이 이자로 나가, 삶의 질이 떨어져도 '비싼 집'이라는 타이틀은 포기하지 못합니다.
자동차라는 가발: 도로는 막히고 주차할 곳도 없지만, 차는 커야 하고 외제차여야 대접받는다고 믿습니다. '카푸어'가 되어서 컵라면을 먹을지언정, 하차감(차에서 내릴 때 받는 시선)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4. 이제 그만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자
중세 귀족들이 목이 꺾일 듯한 고통을 참으며 가발을 썼던 이유나, 현대인들이 빚더미에 깔려 허덕이면서도 명품을 두르는 이유는 똑같습니다. "내가 이만큼 잘나간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불안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합니다. 그 무거운 가발을 벗어 던졌을 때, 비로소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고 목의 통증이 사라진다는 것을요. 남들의 시선 때문에 내 어깨와 목을 짓누르는 현대판 가발을 쓰고 계시지는 않나요?
진정한 자존감은 내가 걸친 것의 무게가 아니라, 내 삶의 가벼움과 자유로움에서 나옵니다. 인생은 짧습니다(Life is short). 남 보여주려다 병들지 말고, 나를 위해 가볍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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